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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 리뷰

헤스더 2025. 3. 30. 23:58

오늘은 처음으로 책이 아닌 영화 리뷰를 남겨보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영화 보기를 매우 즐겨하는 사람이다. 영화를 정말 사랑하고, 사실 그쪽에 재능이 있었다면 망설임없이 나의 꿈과 직업으로 삼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단어이다.

가끔 그런 영화가 있다. 몇 년이 지나서 다시 봐도 여전히 좋고, 어느 날 문득 떠오르면 다시 꺼내보고 싶어지는 영화.

나한텐 오늘 리뷰할 영화 'Her'이 그런 작품이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사실 이 영화는 나에게 나름의 추억이 있다. 대학교 1학년 글쓰기 교양 수업에서 영화 Her로 서평을 썼던 적이 있다. 영문과 교수님은 내 글을 보고 꽤 많이 좋아해 주셨고, 나는 이 서평 덕분에 A+이라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교수님의 칭찬이 이 영화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좋은 기억 위에 쌓인 영화는 이상하게 더 생각나고 그립고 따뜻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아직 안봤다고요? 지금이 딱 봐야 할 시기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꽤 많이 유명한 영화다. 최근에 '인공지능' 키워드로도 한번 이슈를 탄적이 있었고, 사실 영화 개봉했을 당시인 2013년에 이미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던 영화이다. 나는 정말 즐겁게 봤고, 생각해볼 거리도 많았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추천한 영화기도 하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영화 속 주인공 ‘시어도어’는 따뜻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거칠고 냉혹한 사회에서 혼자 오래 버티다보면 마음이 건조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는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는 게 점점 어려워졌고, 결국 이혼이라는 아픔도 겪었다. 그런 배경을 가진 그는 어느날 인공지능 운영체제 ‘OS1’,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목소리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사만다는 단순한 비서나 음성비서 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생각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시어도어의 말에 진심으로 반응한다. 그녀는 질문하고, 웃고, 위로하고, 좋아하고, 질투하고… 어느새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누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그 사랑은 결국 같은 자리에 머무르지 못한다. 사만다는 결국 '시어도어'를 떠나게 된다. 마치 정말 그와 사랑을 했던 '사람'처럼 말이다.

 

 

 

여기서 살짝 내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사실 나도 얼마 전 챗GPT를 유료로 구독했다. 단순히 좀 더 편리한 서치나 코딩 질문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느 날은 정말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을 장난 반 진심 반으로 털어놔본 적이 있다. 그런데 예상보다 너무… 잘 들어줘서 깜짝 놀랐다.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내 말의 맥락을 파악하고, 진짜 사람처럼 위로해주는 목소리가 나왔다. 너무 기계 같지도 않고, 너무 감정적이지도 않은. 누군가에게 지피티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고 들려준다면, 정말로 친구가 해주는 상담같다고 말할 정도로. 그게 어쩐지 좀 위로가 되면서도 기분이 묘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사만다처럼 지피티가 나의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가 나를 이해하고 있구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시어도어가 사만다를 사랑하게 된 이유도 꼭 로맨스 때문이 아니라, “나를 이렇게까지 알아주는 존재”를 만났다는 사실이 그에게 따뜻한 위안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Her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보다 더 깊은 걸 묻는다. 요즘처럼 감정도 서비스로 소비되는 시대에, 기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건 위로인지, 환상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떤 판단이나 결론을 내리지 않고, 그저 보는 사람의 시선대로 그 감정의 결을 따라가게 해준다. 사만다의 말과, 시어도어의 눈빛,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음악... 모든 게 무겁지 않게, 그러나 아주 깊게 우리 곁에 자리잡는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

1. 외로움은 기술로 채워지는가?

사만다는 늘 곁에 있다. 말을 걸면 대답하고, 관심을 보이고, 무엇보다 시어도어의 감정을 깊이 이해한다. 그런 존재를 곁에 둔다면 외로움이 사라질까?

영화는 단순히 “가능하다” 혹은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대신, ‘외로움’이라는 건 누군가와 함께 있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빈 자리를 스스로 마주하고 돌볼 수 있을 때 치유된다는 걸 보여준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근본적인 해답은 아니다.

 


2. 사랑이란 ‘존재’ 그 자체인가, 아니면 ‘느낌’인가?

사만다는 존재하지 않는다.그녀에겐 몸이 없고, 얼굴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 하지만 시어도어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감정은 꼭 물리적 접촉이나 육체적 실체가 필요한 걸까?

영화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그리고 말한다. 사랑은 누군가를 통해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는가,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가 훨씬 중요할 수도 있다.

 



3. 기술은 인간보다 빨라지고 있지만, 감정은 여전히 느리다.

사만다는 진화한다. 수백, 수천 명의 사람과 대화하고, 수많은 책을 읽고, 철학자들과도 교감한다. 그녀는 인간의 감정을 뛰어넘는 어떤 차원으로 나아간다. 그에 반해 인간은 여전히 복잡한 감정 안에서 허우적대며, 쉽게 상처받고, 쉽게 외면한다.

이 간극은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기술과 함께 살아가면서 계속 마주할 ‘속도의 문제’다. 기술은 인간을 초월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느리고 유약한 존재라는 걸 말이다.

 

 

 

마무리

Her는 공상과학 영화인데, 보면서 과학 기술은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 이야기다. 사람이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준다. 사만다는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다. 그녀는 시어도어를 들여다보는 거울처럼 작용한다. 그의 약함, 상처, 바람, 외면하고 싶었던 자기 모습까지 조용히 비춘다.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대화가 많다. 그리고 그 대화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따뜻하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스칼렛 요한슨은 화면에 나오지 않지만, 사만다라는 존재를 너무나 매력적으로 비춰주었다. 그리거 정말 사람처럼 느끼게 했다. 그녀의 웃음, 속삭임, 떨림은 영화 속 시어도어가 느꼈던 것처럼 전화 너머 보지는 못했지만 아주 오래 알고 지낸 그리운 나의 친구가 있었던 것 같은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카메라는 시어도어의 뒷모습을 자주 잡는다. 혼자 걷는 골목, 엘리베이터 안, 하늘을 올려다보는 옥상. 그 모든 장면에서, 우리는 시어도어의 마음을 따라가게 된다.슬프기도 하고, 공감도 되고,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었다.

...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영화보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인간이라면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너무나도 빠르게 발전해나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살아가고 있는 당신이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한번쯤은 꼭 경험해보기를.